왜 ‘호’를 짓는가
2026. 2. 16. 00:24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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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근대 한국에서 ‘호(號)’는 본명과 별도로 쓰는 자기표현용 이름, 일종의 브랜드였습니다. 학문·인격·지향을 담아 스스로 짓거나, 스승·벗이 붙여 주었고, 글·편지·그림·서명 등에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1. 왜 ‘호’를 짓는가
- 자기 정체성과 지향을 드러내기 위해
관직·신분 대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지를 한두 글자로 응축해 표현했습니다. 선비 사회에서는 본명보다 호로 더 많이 불리기도 했습니다. - 속세의 이름과 구분되는 ‘수양의 이름’
본명은 가문·부모가 지어준 이름이고, 호는 스스로 택한 이름이라 “어떻게 살겠다”는 다짐이 강하게 담겼습니다. 은거·은둔, 청렴, 학문, 혹은 민중과 함께하겠다는 의지 등을 상징했습니다. - 공동체 안에서의 상징·연대 표지
같은 서원·학파·문인 그룹 안에서 서로의 호로 부르며, 서로의 학풍과 인격을 상징적으로 공유했습니다. 현대의 닉네임·필명과 비슷하지만, 훨씬 엄숙한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 백범(白凡) 김구의 경우
김구의 원래 호는 ‘연하(蓮河)’였는데, 옥고를 치른 뒤 스스로의 삶을 다시 다짐하면서 호를 **‘백범(白凡)’**으로 바꾸었습니다.
- 글자 뜻
- ‘백(白)’은 백정(白丁), 즉 당시 가장 천대받던 계층을 상징하는 글자.
- ‘범(凡)’은 범부(凡夫), 평범한 사람, 보통 사람을 뜻합니다.
그래서 백범은 ‘백정과 같은 천민, 평범한 백성 한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 왜 그런 호를 택했나
김구는 감옥에서 “우리나라 가장 하층의 백정과 범부들까지도 나만큼의 애국심을 갖게 되지 않으면 진정한 독립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높이기보다, 가장 낮은 평민의 자리로 내려가 민중과 함께하겠다는 결심을 호에 담았습니다.
《백범일지》에서 그는 “호를 백범이라 고친 것은 우리나라 하등사회 곧 백정·범부라도 지금의 나 정도의 애국심은 되어야 완전한 독립 국민이 되겠다는 소망을 담은 것”이라고 직접 설명합니다. - 상징되는 메시지
오늘 말로 하면 “나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수많은 평범한 백성 중 한 사람으로서 싸우겠다. 그리고 누구나 독립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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