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가을 저녁의 시」

2025. 11. 15. 00:03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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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출처] 김춘수/ 가을 저녁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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